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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봉인 14

4화.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면

[기억의 봉인] - 3화. 청동의 눈 [4화.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면] 기차는 정차하지 않았다.폐역의 어둠 속을 통과하는 그림자, 그건 오래전에 잊혀졌어야 했던 '기억'의 잔해였다.진우는 전동차 안에 서 있었다.언제 들어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어딘가 어긋난 시간 속, 그는 창밖으로 흐릿한 플랫폼을 응시했다.노란 조명 아래, 의자 하나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소년이었다.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낡은 교복, 긁힌 무릎,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입술.진우는 본능적으로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민혁...?”그 순간,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공기에서 짧은 정적이 흘렀고, 곧바로 플랫폼 전체가 서서히 일렁였다.마치 물속처럼, 현실이 흔들리고 있었다.소년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잔상이..

기억의 봉인 2025.04.20

3화. 청동의 눈

[기억의 봉인] - 2화. 죽은 공간의 소리[3화. 청동의 눈]“한진우 씨 맞죠?”낯선 목소리가 허공에서 떨어졌다.진우는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서울 구도심 골목,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폐역 근처.철문 옆에는 검은 후드티를 눌러쓴 여성이 서 있었다.어두운 조명 아래, 그녀는 마치 이전부터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누구세요?”“청동의 눈. 봉인술사, 한서윤입니다.”그녀의 말투는 무미건조했지만, 말 끝에 실린 낯선 단어는 진우의 귀에 기묘하게 맴돌았다.봉인술사?“혹시... 그 CCTV 사건, 고시원 불꽃... 그거랑 관련 있어요?”“있죠. 아주 많이.”그녀는 허리를 숙여 녹슨 철문을 열었다.쇳소리가 오랫동안 닫혀 있던 비밀을 열듯 삐걱거리며 울렸다.진우는 망설였다.그러나 어딘가..

기억의 봉인 2025.04.20

2화. 죽은 공간의 소리

고시원에 사는 진우는 과거 고시원 화재의 환영을 겪으며, 잊힌 기억을 목격하는 능력을 자각한다. 그는 이제 ‘기억을 보는 자’가 되었다. 서울은 과거를 지우는 데 능숙하다.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골목,잊혀진 기억 위에 세워진 아파트,그리고 누구도 찾지 않는 오래된 고시원.그러나 기억은 종종 사라지지 않는다.단지, 말이 없을 뿐이다.진우는 알바를 마치고, 고시원 복도로 들어섰다.시멘트 벽 너머로 얇은 문들이 줄지어 이어지고,희뿌연 형광등 불빛은 피곤한 눈을 더욱 짓눌렀다.“하아... 오늘도 기묘하네.”그는 방 앞에 멈춰 섰다.그러나 도어락에 손을 대기 직전,복도 끝 어둠 속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 아직 안 죽었어...”목소리는 낮고 떨렸으며, 여자였다.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

기억의 봉인 2025.04.19

1화. 유령은 도시에서 먼저 일어난다

서울의 외곽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진우는 정체불명의 노인과 마주한 뒤, 현실과 이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묘한 사건을 겪게 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묘하다.잠들지 않는 불빛의 물결 아래, 누군가는 외로움을 버텨내고,또 누군가는 기억에 눌려 흐느낀다.그리고 아주 드물게, 잊혀야 할 것이 고개를 든다. 한진우, 24세.평범한 대학 휴학생이자, 편의점 야간 알바생.그의 하루는 조용하고 지루하게 흘러간다.서울이라는 도시의 한 구석, 성북구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이곳은 도시의 빛과 소음에서 살짝 비껴간 자리였다.그러나 진우는 그 틈이 오히려 좋았다.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이곳이, 오히려 편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02:12AM. 진우는 계산대 뒤편에 앉아 컵라면을 젓고 있었다...

기억의 봉인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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