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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기록자 5

10화. 틈 너머의 진실

[기억의 봉인] - 9화. 낙인[10화. 틈 너머의 진실] 성산로 폐창고지대.한때 물류센터였던 공간은 지금은 버려진 철제 구조물과 벗겨진 콘크리트 벽만이 남아 있었다.바람조차 들지 않는 고요 속에서 진우는 서 있었다.그의 앞, 미세한 진동과 함께 공기가 일그러지며 틈이 형성되고 있었다.봉인 없는 틈.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진우를 주시하고 있었다.서윤은 결계를 설치하며 낮게 속삭였다.“이번 틈은 이전과 달라요. 이건 누군가가 ‘연 것’ 같아요.”“자발적으로요?”“네.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진우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틈을 통과하자, 공간이 뒤집혔다.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고,사방은 빛과 어둠이 얽힌 감각의 층으로 채워졌다..

기억의 봉인 2025.04.24

9화. 낙인

[기억의 봉인] - 8화. 기억의 틈 [9화. 낙인] 진우는 노트를 조심스럽게 덮었다.표지 중앙의 새로운 문양은, 이전 것들과 다르게 미세한 열기를 뿜고 있었다.그건 마치, 자신이 이제 단순히 기억을 ‘보는’ 자가 아닌,기억에 ‘반응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증거 같았다.“지금 당신은, 관측자에서 기록자로 넘어가는 중이에요.”서윤이 조용히 말했다.그녀는 진우의 눈빛에서 변화를 느낀 듯했다.“뭔가... 새겨진 느낌이었어요.”진우는 자신의 가슴 위를 살짝 눌렀다.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청동의 눈 거점 내부. 중앙 아카이브실.기억 노트에서 발생한 반응을 분석하던 서윤은,시스템에서 알 수 없는 봉인 계열의 파장을 감지했다.“이건... ‘낙인’?”기억 기록자의 일부가 특정 기억을..

기억의 봉인 2025.04.24

7화. 관측자의 흔적

[기억의 봉인] - 6화. 기억의 궤도 위에서 [7화. 관측자의 흔적] 진우는 노트를 품에 안은 채, 어두운 골목 끝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새벽의 서울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기운은 이미 감각에 익숙해지고 있었다.“도시는, 기억하고 있어.”중얼임과 동시에 노트가 반응했다.표지가 미세하게 떨렸고, 첫 장이 스스로 열리며 새로운 페이지가 생겨났다.『관측자의 고유 기억 기록이 시작됩니다』글자가 스스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한진우 씨.”뒤에서 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검은 외투에 몸을 감싼 채 다가왔다.“오늘부터는 내부로 들어갈 겁니다. 청동의 눈, 정식 접속자만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이 있어요.”“그게... 본부 같은 곳이에요?”“일종의 기록 보관소죠. 관측자와 관련..

기억의 봉인 2025.04.22

6화. 기억의 궤도 위에서

[기억의 봉인] - 5화. 봉인 밖으로 흘러나온 것들 [6화. 기억의 궤도 위에서] 진우는 노트를 펼칠 때마다 손끝이 저릿했고,페이지마다 묻은 듯한 그림자들이 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마치 과거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야...”진우는 벽에 기대앉아 노트 첫 장을 다시 펼쳤다.종이 위에는 정갈한 손글씨가 남겨져 있었다.『관측은 반복된다. 그러나 반복은 동일하지 않다.이계는 기억의 흐름에 따라 형태를 바꾼다.기억을 보는 자는 흐름을 읽고, 흐름에 따라 길을 결정짓는다.』그 문장을 읽는 순간,그의 뇌리 깊숙한 곳에서 어딘가 딸깍 하고 스위치 하나가 켜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진우는 서윤과 함께 청동의 눈 임시 거점으로 향했다.장소는 을지로 지하 쇼핑센터의 폐쇄구역..

기억의 봉인 2025.04.21

5화. 봉인 밖으로 흘러나온 것들

[기억의 봉인] - 4화.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면 [5화. 봉인 밖으로 흘러나온 것들] 꿈은 아니었다.그러나 현실도 아니었다.진우는 자신이 걷고 있는 바닥이 낡은 나무라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몇 초가 걸렸다.미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 창호지에 새겨진 햇살 무늬,그리고 불규칙하게 울리는 시계의 '똑딱' 소리.그는 어느 오래된 한옥 안에 서 있었다."이곳은... 어디지...?"주위를 둘러봤다.복도는 길고 정적에 잠겨 있었다.벽에는 오래된 병풍이 펼쳐져 있었고,벽 너머에서는 가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스쳤다.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한 발, 또 한 발.그는 어딘가에 이끌리듯 걷기 시작했다.그러다 복도 끝의 작은 마루 위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았다.그 아이는 고개를 들고 있었다.눈동자는 짙은 검은색.그러나 ..

기억의 봉인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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