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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을 오르는 여정은 정상보다 ‘함께 걷는 길’에 의미가 있다. 조용한 풍경 속, 동료의 발걸음이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설산은
마치 말을 걸듯 조용히 우리를 이끈다.
너무 높지도, 너무 멀지도 않지만
그 안에는 어김없이 숨이 찰 만한 경사와
심장을 뛰게 하는 긴장이 있다.
눈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발밑이 미끄러울 때마다
동료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서로 말은 없지만
등에 맨 배낭보다 더 큰 믿음을
등줄기 너머로 전한다.
한 걸음 앞서 걷는 이의 뒷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닿고 싶은 내일을 닮았다.
산은 조용하지만,
우리는 조용하지 않다.
숨소리, 아이젠이 부딪히는 소리,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이 풍경을 살아 있게 한다.
해가 설산의 능선을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우리도 조금씩, 그 빛 안으로 스며든다.
목표는 정상이 아니었다.
함께 걷는 지금,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이 길이 끝날 즈음
서로에게 남는 것은
하얀 풍경이 아니라
함께 걷던 기억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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