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의 단상

바람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

CtrlCraft 2025. 6. 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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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바람이 불어야만 울린다.
고요한 그 울림처럼, 우리도 때로는 조용히 흔들리고
울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기억하자.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전통 목조건물의 처마 끝에 매달린 작은 풍경 하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마치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해를 머금은 단청과 세월을 머금은 종이 어우러져
묵묵한 시간을 견뎌온 흔적이 보인다.

 

이 풍경은 바람이 불어야만 소리를 낸다.
스스로 울지 않고, 지나가는 것에 기대어 조용히 흔들릴 뿐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네 마음 같다.
무엇에 의해 흔들리고, 울림이 생기는 순간에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깨닫는 듯하다.

 

붉은 기둥과 화려한 단청이 대비를 이루는 이곳.
자세히 보면 수많은 색이 층층이 쌓여 있다.
그 하나하나가 예전 장인의 손길로 그려졌을 터.
시간은 그 색을 조금씩 벗겨내지만, 오히려 더 깊은 아름다움을 남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겉은 바래고 조금씩 닳아도,
그 속에는 지나온 시간들이 층층이 스며 있다.

같이 들으면 좋은 노래
The Wind You Left Behind

 

풍경 아래에는 물고기 모양의 추(錘)가 달려 있다.
물고기는 잠들지 않는 존재라 한다.
언제나 깨어 있어 수행자의 마음을 다잡게 한다.
작은 금속 종 하나에도 그런 깊은 뜻이 담겨 있다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의미를 놓치고 살아가는 걸까.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조용히 울리는 풍경처럼
우리 마음도 그렇게 울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지도 모른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풍경은 그 바람을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가장 가벼운 소리로 세상에 존재를 알린다.
그 조용한 울림이, 오늘 나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남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바람에 울림이 되어주는

풍경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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